전란은 신철, 박찬욱, 김상만, 이자혜가 공동 집필한 각본집입니다. 이 작품은 조선 시대 전쟁을 배경으로 하여,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고난과 선택을 다룹니다. 특히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인물들이 보여주는 인간성, 충성심, 그리고 생존 본능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작품은 공개직후 넷플릭스 대한민국 영화1위를 하였고 2024년 부산국제 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한 영화 전,란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전란-작가 소개
신철
1998년 명필름 프로덕션 파트부터 영화 경력을 시작했다. 김기덕 감독의 〈섬〉,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감독들의 대표작에 제작팀으로 참여했다. 이후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등에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제작자로서의 경력을 쌓아갔다. 현재는 다양한 영화와 웹툰의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박찬욱
〈달은… 해가 꾸는 꿈〉을 통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3인조〉,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여섯 개의 시선 :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 〈올드보이〉, 〈쓰리, 몬스터 : 컷〉,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 〈파란만장〉, 〈스토커〉, 〈고진감래〉, 〈A Rose Reborn〉, 〈아가씨〉, 〈격세지감〉, 〈리틀 드러머 걸〉, 〈일장춘몽〉, 〈헤어질 결심〉 등의 작품을 만들었다. 지은 책으로 『박찬욱의 몽타주』, 『박찬욱의 오마주』, 『박쥐 각본』, 『아가씨 각본』, 『친절한 금자씨 각본』,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각본』, 『박쥐 각본』, 『각본 비밀은 없다』, 『아가씨 아카입』, 『미쓰 홍당무 각본집』, 『아가씨 가까이』, 『너의 표정』, 『헤어질 결심 각본』이 있다.
감상만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영화 〈접속〉의 포스터 디자인으로 영화계에 입문하여 30여 편이 넘는 영화 포스터를 작업했다. 포스터 작업에서의 탁월한 작품 해석능력과 열정을 인정 받아 미술 감독으로 영역을 확장하였으며, 이후 2008년 〈걸스카우트〉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심야의 FM〉,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전,란〉을 만들었다.
이자혜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에서 연출을 전공했고, 제작사 기획팀에서 일을 시작했다.
영화-전란
박찬욱 감독이 공동 각본 및 제작을 담당하고 스타일리스트 김상만 감독이 연출한 〈전,란〉은 발표 당시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또한 사극에서 명품 연기를 선보인 강동원과 본격 사극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박정민이 공동 주연을 맡아 더욱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후 〈전,란〉은 2024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는 등 호평을 거듭하며 국내 넷플릭스 영화 순위 1위에 등극했다.
〈전,란〉을 감싸고 있는 건 화려한 원색과 꼼꼼한 비주얼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 역시 많은 상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노비 출신의 천재 검객 천영은 부조리한 계급 사회의 희생양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오직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투쟁해 온 인물이며, 그 과정에서 반복된 좌절을 겪으며 자기 혼자가 아니라 이 세상 사람 모두에게 자유가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이에 따르면 〈전,란〉은 출신 성분으로 계급이 나뉘고 그 계급을 공고히 하려는 사회를 향한 통렬한 비판을 담은 영화다.
이 영화의 다른 축을 담당하는 종려는 여러모로 천영의 맞은편에 있는 인물이다. 무관 양반 집안의 아들인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무관이라는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다. 본래 심성이 착하고 여린 그는 자유분방한 노비 천영과도 격의 없이 친구가 되려 한다. 그러나 그 유일한 우정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그의 여린 심성은 오히려 독이 되어 원념으로 변하고 만다. 그때부터 그는 권력과 계급 체계의 화신이 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천영과 완벽히 맞은편에 자리 잡게 된다.

영화 전란에서 “천영”역의 강동원
전란-치밀한 각본
한편 이 둘의 서사는 마치 숙명에 관한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종려(宗呂)라는 이름은 궁궐을 뜻하는 宮을 담고 있는 한자이고, 그는 그 이름이 지어 준 숙명에 걸맞은 삶을 살게 된다. 반면에 천영이라는 이름은 본래 지어진 뜻이 없어 그때그때 다른 뜻을 부여받는데, 이 역시 자유를 추구하는 그의 인생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런가 하면 일본 무장인 겐신 역시 초반에 무당으로부터 들었던 예언 혹은 저주에 걸맞은 죽음을 맞이한다. 다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몸부림치지만, 거대한 숙명은 마치 그 몸부림을 내려다보듯 인물들의 미래를 손아귀에 쥐고 있다. 이렇듯 〈전,란〉 속 대사와 설정은 복선이나 함축된 의미를 깔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 영화의 팬이라면 천천히 각본을 읽어 보면서 새로 발견하는 내용이 많을 것이다. 또한 삭제되거나 변경된 대사와 장면을 만나는 즐거움 역시 만나 볼 수 있다.

영화 전란에서 “이종려” 역의 박정민
전란-줄거리 요약
전(戰)
모반죄로 고발당한 정여립이 스스로 목에 칼을 꽂아 자살을 하며 정여립의 난이 진압된다.
그는 죽어가는 목소리로 “임금이나 노비나 대동하다”라는 유언을 남기는데, 이후 궁에서 정여립의 아들 정옥남을 문초하던 선조는 이를 똑같이 읊조리며 “네 아비가 쓴 글이 맞느냐? 말하라!” 며 다그친다. 그리고 옆에 서 있던 나졸에게 다짜고짜 자신의 옥대를 풀고 곤룡포를 벗으며 “저 옥좌에 누구나 앉을 수 있다지 않는가?” 라며 가서 앉아보라 다그친다. 이어진 대낮에 효수된 정옥남과 그의 무리들의 머리가 광화문 앞 육조거리에 내걸린다.
거리에서는 사당패의 흥겨운 풍물놀이가 펼쳐지는데, 그들의 옆으로 천영이 포박을 당한 채 추노꾼 무리에게 끌려간다. 무리의 대장인 광이는 정옥남의 머리를 보며 주제 모르고 까불면 저렇게 된다며 조롱을 한다. 그러다 다시 도망치려는 천영과 다시 제압하는 추노꾼들이 서로 실랑이를 벌이고 때 마침 대사헌 이덕형이 행차하며 소란의 연유를 묻는데, 광이는 이 자가 두 번이나 달아난 도노(逃奴)이며 이번엔 주인님의 어사검(御賜劍)까지 훔쳤노라 고한다. 이에 이덕형이 그 검을 뽑아보는데, ‘무과 장원 이종려‘ 라고 쓰여있다.
쟁(爭)
종려는 늦은 밤 다급히 집으로 돌아와, 자신이 선조의 피난길 행렬에 호위를 맡게 되었다 전하면서 어머니에게는 아버지가 오시는 대로 원산 숙부 댁으로 바로 출발하라 권하고, 아내에겐 갓난 아들 수윤의 보호를 부탁한다. 그리고 방을 나서려다가 어사검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지만, 옆에 있던 김서방은 자신이 찾아서 빗자리 편에 보내드릴 테니 일단 출발하라 권한다. 이어 종려는 광으로 가 정신을 잃고 쓰러진 천영을 안타깝게 바라보더니 (깨어나면 도망갈 수 있도록) 그의 족쇄를 풀어주고 집을 나선다.
이후 피난 준비가 한창이던 노비들 중 한명에게 김서방이 다가가 다짜고짜 패며 어사검을 내놓으라 윽박지른다. 그때 막동의 아버지가 어사검을 들고 나타나고, 농기구들을 바닥에 내던지며 다른 노비들에게 “언제까지 개돼지 취급받을 거야?”라며 부추긴다.
이에 종려의 모친이 지금 뭣들 하는 게냐며 윽박지르지만 눈이 돌아간 노비들은 앞다퉈 농기구를 하나씩 쥐어들고, 막동의 아비가 김서방의 가슴에 어사검을 박아 넣어 살해하면서 노비들의 반란이 시작된다. 그들은 퇴청하고 돌아온 종려의 부친 이대감을 낫과 호미로 찔러 살해하고, 종려의 모친은 손발을 묶은 뒤 방 안에서 불에 태워 살해한다.
반(反)
7년 후, 왜란이 끝나고 종려는 폐허가 된 옛 집 터로 돌아온다. 광이가 도망쳤던 노비들의 시체 두 구를 가져 오는데,종려는 가장 찾고 싶은 천영의 소식이 없어 무덤덤하게 반응한다.
천영, 상문, 막내(돌팔매 청년), 백정은 그동안 한성부에서 순천까지 내려와 김자령 장군의 의병대에 합류해 활동해 왔으며, 전란이 끝나고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가는 의병들을 동료인 범동 누님과 함께 흐뭇하게 바라본다. 반면 천영, 범동, 상문, 구서방, 백정, 막내(돌팔매 청년) 등은 김자령 장군 휘하에 남는데, 전공(戰功)을 인정받고 싶지만 ‘조정의 승인을 못받았다’, ‘이겼다는 증좌가 없다’ 등등의 이유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
선조는 폐허가 된 경복궁 터를 거닐면서 궁궐을 오히려 크게 증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세자 혼에게도 의견을 물어보는데, 궁궐 재건이 그토록 시급한건지 이해가 안된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도면에다가 궁(宮) 자를 쓰면서 ‘궁궐은 곧 왕실의 위엄을 의미한다’고 일갈한다.
란(亂)
김자령을 참수한 일 때문에 민심이 안좋아지고 민란까지 발생하자, 선조는 종려를 호되게 질책한다.
이에 종려는 위기를 타개하고 천영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감옥에 갇힌 겐신을 이용할 계책을 짠다. 겐신 일당이 갖고 있던 보물을 선조에게 보여주면서 그들이 숨겨둔 보물이 더 있으니 궁궐 증축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설득하고, 겐신 일당을 항왜로 삼아 역도를 진압하자고 제안한다.
이덕형을 포함한 신료들은 얼마 전까지 전쟁을 벌이던 왜군으로 다시 백성을 죽인다는 정신나간 발상에 극구 반대하지만, 선조는 보물에 눈이 멀어 조선말도 못하는 깃카와 겐신에게 ‘김충면’이란 이름을 하사해 금군 소속 투순군장에 명하고, 빼앗은 그의 투구와 갑옷도 돌려주며 김자령 의병단 나머지 단원들을 주살하라 명한다.
그렇게 종려의 금군과 겐신의 투순군은 빠른 속도로 출전하여 천영을 쫓는다.
천영은 나머지 의병들을 찾아가고, 범동은 그가 가져온 자령과 동료들의 머리를 보고는 오열하면서 천영과 한바탕의 드잡이질을 한다. 한참 후 천영은 김자령이 맡겼던 나침반을 꺼내 왕이 있는 방향인 子에 칼을 꽂으며, 조정을 상대로 들고 일어서자며 역모를 제안한다. 그들이 선택한 방법도 겐신 잔당이 남긴 보물을 차지하여 군자금으로 쓰며 군대를 조직하는 것. 그날 밤 천영은 자신의 왼손 손등에 도노(逃奴) 표시를 달궈진 칼로 지져 지워 버리고, 선조가 하사한 청천익도 불태운다.
에필로그
거리에서는 흥겨운 풍물놀이가 펼쳐지고,범동과 두 개의 검을 찬 천영은 흐뭇하게 구경을 한다.
외팔이 광대는 ‘본디 짐승이라는 말이 중생에서 나왔고 중생이 곧 짐승이니, 그 사나운 힘을 두려워해야 하지 않는가’ 라며 풍악을 울린다.
광대 중 하나였던 돌팔매 막내까지 합류해 네 사람은 세력 규합을 의논한다. 대동계가 망했으니 다른 이름을 써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천영은 ‘두루 모두가 하나다’ 라는 뜻의 ‘범동계’를 제안하고, 범동이 그럼 이제 본인이 대장이냐고 하자 일동은 크게 웃는다.
마무리
주인공은 전쟁 속에서 가족과 공동체를 지키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지만, 역경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적인 갈등과 고뇌에 직면하게 됩니다. 또한 적군과 아군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이 얽히면서, 각 인물들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인간의 복잡한 심리가 깊이 있게 드러납니다.
전쟁의 참혹함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역사적 맥락을 살려 인물들의 심리와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어, 독자에게 강렬한 감동을 주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