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노벨문학상 수상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당시의 참혹한 진실을 조명하며 폭력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소설은 주인공 소년 동호와 그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 사건의 여파와 희생자들의 고통을 다층적으로 묘사합니다.

이야기는 동호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친구의 시신을 찾고자 하면서 시작되며, 이후 시위대와 시민들이 겪는 비극적인 사건들이 서술됩니다. 소년이 온다는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건이 개인과 사회에 미친 심리적, 정서적 상처와 트라우마를 심도 있게 그려내며, 독자들에게 광주 사건의 아픔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억압적인 권력에 대항해 싸웠던 사람들의 용기와 잔혹한 폭력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냈습니다.

한강(韓江)

한강은 대한민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 소설가 중 한 명으로, 깊이 있는 문학적 탐구와 서정적인 문체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입니다.
그녀는 1970년 11월 27일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소설가 한승원의 딸로 문학적 환경 속에서 성장했습니다.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한 후, 1994년 <문학과 사회>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습니다.
그녀의 작품들은 주로 인간의 고통, 욕망, 그리고 존재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담고 있으며, 감각적인 문체와 비유를 통해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습니다.저자 한강과 노벨상

대표작 및 수상

2024년 대한민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수상 하였습니다
대한민국 2번째 노벨상 수상자이며 아시아 최초의 부커 상 수상자이기도 합니다.
한강의 대표작 중 하나는 채식주의자로, 이 작품은 2007년 한국에서 처음 출간되었고, 2016년 영국에서 번역본으로 출간된 후 국제 부커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인간의 본성과 폭력성, 개인의 정체성 상실을 다루며, 심리적인 깊이와 독특한 서술 방식을 통해 많은 독자와 평단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또한, 그녀의 또 다른 작품인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당시의 참혹한 역사적 사건을 민감하게 다루며 인간의 존엄성과 고통을 탐구합니다. 이 외에도 “희랍어 시간,” “흰,” “바람이 분다, 가라” 등 여러 작품에서 사회적 폭력, 상실, 고통과 같은 주제를 감각적으로 표현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1장 어린 새

1장 “어린 새”는 주인공 동호의 시선으로 광주 민주화 운동이 한창 벌어지던 1980년 5월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동호는 중학생으로, 시위 현장에서 사망한 친구의 시신을 찾기 위해 시민군이 모여 있는 광주 도청시립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잔혹한 상황을 직접 목격합니다.

이 과정에서 동호는 주변 사람들이 군인들에게 잔인하게 구타당하거나, 무차별적으로 살해되는 장면을 보게 되며 커다란 충격을 받습니다. 또한, 도서관에 모인 사람들이 서로의 손을 붙잡고 슬픔과 공포 속에서도 서로를 위로하며 연대하려는 모습이 묘사됩니다. 이런 장면들은 아직 어린 소년인 동호가 처한 현실의 잔혹함을 부각하며, 독자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1장은 동호의 경험을 통해 당시 광주에서 벌어진 학살의 비극과 폭력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동시에 사람들 사이의 연대와 저항의 의미를 암시합니다.

2장 검은 숨

2장 “검은 숨”에서는 동호의 죽음 이후 그의 주변 인물들이 겪는 슬픔과 상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 장은 동호가 사망한 이후에도 여전히 고통스러운 기억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광주 민주화 운동의 참혹한 여파를 묘사합니다.

이 장의 화자는 동호가 생전에 알고 지냈던 정신적 후원자 격인 인물로, 광주에서 벌어진 학살을 목격하고도 살아남은 자로서 죄책감과 충격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는 동호의 죽음을 잊지 못하고, 동호를 비롯한 희생자들에게 자신의 무력함에 대한 미안함을 느낍니다.

특히 이 인물은 동호의 시신이 무참히 훼손된 모습을 떠올리며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이후에도 끊임없이 동호를 기억하며 가슴 깊이 죄책감과 분노를 품고 살아가게 됩니다. 이 장은 국가 폭력의 참상을 목격한 사람들이 겪는 내면의 고통과 상처를 극적으로 보여주며, 그들이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검은 숨’ 같은 무거운 죄책감을 묘사합니다.

2장은 광주 학살의 충격이 개인의 삶에 깊이 남아 지울 수 없는 상처로 자리 잡는 과정을 그리며, 피해자들뿐 아니라 살아남은 이들의 고통 또한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3장 일곱개의 뺨

3장 “일곱 개의 뺨”에서는 광주 학살 이후에도 그 여파를 잊지 못하고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은숙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은숙은 동호와 같은 인물들을 알고 지냈으며, 광주 사건의 참상을 직접 겪고 목격한 사람 중 하나입니다. 이 장은 그녀가 겪은 상처와 그로 인한 트라우마, 그리고 일상에서의 고통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은숙은 당시 시신을 정리하고 희생자들을 돌보는 일에 참여하면서, 극심한 폭력과 죽음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끊임없이 그녀를 괴롭히며, 마음속에는 잔혹했던 당시의 이미지가 마치 지워지지 않는 상처처럼 남아 있습니다. 또한, 은숙은 학살 이후에도 국가와 사회의 감시와 억압 속에서 살아가며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이 장의 제목인 “일곱 개의 뺨”은 은숙이 과거와 현재의 상처 속에서 살아가며 겪는 고통과, 사건이 그녀의 삶에 남긴 흔적들을 상징합니다. 이 장에서는 폭력의 기억이 생존자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 그리고 그 상처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결코 치유되지 않고 생생하게 남아 있음을 강조합니다.

4장 쇠와 피

4장 “쇠와 피”는 광주 민주화 운동 이후 억압과 폭력 속에 살아가는 또 다른 생존자 동호의 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 장은 당시 군사 정권의 잔혹한 진압 과정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감내해야 했던 고통과 불안, 그리고 사회에서 겪는 감시와 억압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동호의 형은 동생의 죽음 이후 끊임없는 죄책감과 무력감 속에 살아갑니다. 그는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면서도, 국가에 의해 무자비하게 짓밟힌 삶과 이상에 대해 분노를 품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체제의 감시와 억압 속에서 직접적인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억눌린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장의 제목 “쇠와 피”는 군사 정권의 잔혹한 폭력(쇠)과 그로 인해 흘린 시민들의 피를 상징하며, 폭력이 남긴 깊은 상처와 생존자들의 고통을 나타냅니다. 동호의 형은 비록 신체적으로는 살아남았지만, 그의 정신은 학살의 기억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잔혹한 현실 속에 억압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4장은 광주 사건이 단순히 특정한 시점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그 후에도 생존자들의 일상과 마음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상흔으로 남아 있음을 강조합니다.

5장 밤의 눈동자

5장 “밤의 눈동자”는 광주 학살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고통 속에 갇혀 살아가는 희생자들과 생존자들의 기억과 아픔을 다룹니다. 이 장에서는 학살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상처가 시간이 지나도 치유되지 않고, 오히려 깊어져 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장의 화자는 광주 사건의 생존자이자 동호의 지인으로, 사건 이후에도 그날의 비극을 잊지 못하고 깊은 고통 속에 살아갑니다. 그는 그날의 잔혹한 광경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상실감에 사로잡혀 있으며,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학살의 기억이 끊임없이 떠올라 자신을 괴롭힙니다. 특히, 사건 이후 사회가 침묵하고 진실을 덮어버리는 것에 대한 절망감이 묘사되며, 그로 인해 광주의 상처가 세상에서 외면받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밤의 눈동자”라는 제목은 어두운 밤처럼 깊은 트라우마와 그 기억을 견디며 살아가는 생존자들의 아픔을 상징합니다. 밤의 어둠 속에서 진실이 가려지고 기억이 억압당하는 현실은 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으며, 그들은 여전히 그 기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밤” 속에 갇혀 살아가고 있습니다.

5장은 광주 학살이 남긴 상처와 그것이 이후 세대에게까지 이어지는 고통을 담아내며, 국가 폭력이 개인의 삶을 얼마나 깊이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6장 꽃 핀 쪽으로

6장 “꽃 핀 쪽으로”는 소년이 온다의 마지막 장으로, 광주 민주화 운동이 남긴 상처와 아픔을 이겨내고, 희생자들의 기억을 간직한 채 앞으로 나아가려는 희망과 회복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장입니다.

이 장에서는 여러 생존자들과 희생자들의 기억을 돌아보며, 그들이 겪었던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인간성을 지키려 했던 모습이 강조됩니다. 특히 동호의 영혼을 포함해 희생자들의 영혼이 “꽃 핀 쪽으로” 향하는 듯한 묘사가 나옵니다. 이는 그들이 비록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으나, 그들의 기억과 정신이 세상에 남아 계속 피어나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꽃 핀 쪽으로”라는 제목은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가고, 그들이 꿈꾸던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이 장은 독자들에게 희생자들의 삶과 희망이 세상에 스며들어 지속되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광주의 비극이 결코 잊히지 않기를, 그리고 그들이 바라던 세상을 우리 모두가 잊지 말고 함께 만들어가야 함을 상기시킵니다.

6장은 책의 끝을 맺으며, 폭력과 억압을 이겨내는 연대와 희망의 상징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며 마무리됩니다.

에필로그 눈 덮인 램프

에필로그에서는 시간이 흘러 동호와 광주 학살 희생자들의 이야기가 거의 잊혀진 시대를 배경으로, 생존자들이 여전히 그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눈이 덮인 램프는 비극과 상실의 고통이 시간이 지나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으며, 그 속에서도 희미하지만 꺼지지 않는 기억의 불빛이 깜박이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이는 잔혹한 역사적 상처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내포합니다.

에필로그 “눈 덮인 램프”는 소년이 온다가 던지는 궁극적인 메시지, 즉 폭력 속에서도 희망과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사람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빛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내며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백지연 (문학평론가)

어둠과 폭력의 세계 속에 상처 입은 존재들을 섬세하게 그려온 한강의 소설이 5월 광주의 시공간에서 벌어진 잔혹한 학살의 참상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증언하는 자의 소명의식과 듣는 자의 상상력이 치열하게 어우러지는 간절한 고백의 서사는 잊을 수 없는 ‘그 도시의 열흘’을 고통스럽게 되살린다. 물방울이 내쏘는 햇빛의 파편에도 눈이 시린 순결한 ‘어린 새’의 흔적을 쫓는 이 소설은 우리가 ‘붙들어야 할’ 역사적 기억이 무엇인지를 절실하게 환기하고 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

어떤 소재는 그것을 택하는 일 자체가 작가 자신의 표현 역량을 시험대에 올리는 일일 수 있다. 한국문학사에서 ‘80년 5월 광주’는 여전히 그러할 뿐 아니라 가장 그러한 소재다. 다만 이제 더 절실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응징과 복권의 서사이기보다는 상처의 구조에 대한 투시와 천착의 서사일 것인데, 이를 통해 한국문학의 인간학적 깊이가 심화될 여지는 아직 많다. 「소년이 온다」는 한강이 쓴 광주 이야기라면 읽는 쪽에서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겠다고 각오한 사람조차 휘청거리게 만든다. 이 소설은 그날 파괴된 영혼들이 못다 한 말들을 대신 전하고, 그 속에서 한 사람이 자기파괴를 각오할 때만 도달할 수 있는 인간 존엄의 위대한 증거를 찾아내는데, 시적 초혼과 산문적 증언을 동시에 감행하는, 파울 첼란과 쁘리모 레비가 함께 쓴 것 같은 문장들은 거의 원망스러울 만큼 정확한 표현으로 읽는 이를 고통스럽게 한다. 5월 광주에 대한 소설이라면 이미 나올 만큼 나오지 않았느냐고, 또 이런 추천사란 거짓은 아닐지라도 대개 과장이 아니냐고 의심할 사람들에게, 나는 입술을 깨물면서 둘 다 아니라고 단호히 말할 것이다. 이것은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이다.

책장을 덮어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이야기
끝나지 않는 오월, 피지 못한 아이들의 영혼을 위한 간절한 노래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바탕으로 한강 특유의 정교하고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그려낸다. 5·18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면서 열다섯 어린 소년은 ‘어린 새’ 한마리가 빠져나간 것 같은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고, ‘시취를 뿜어내는 것으로 또다른 시위를 하는 것 같은’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정대는 동호와 함께 시위대의 행진 도중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쓰러져 죽게 되고, 중학교를 마치기 전에 공장에 들어와 자신의 꿈을 미루고 동생을 뒷바라지하던 정대의 누나 정미 역시 그 봄에 행방불명되면서 남매는 비극을 맞는다. 무자비한 국가의 폭력이 한순간에 무너뜨린 순박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과 무고하게 죽은 어린 생명들에 대한 억울함과 안타까움이 정대의 절규하는 듯한 목소리로 대변된다.
5·18 당시, 인구 40만의 광주 시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군인들이 지급받은 탄환은 80만발이었다고 전해진다. 이런 엄혹한 분위기 속에서도 국가의 부조리에 맞서도록 어린 그들까지 시위현장으로 이끌었던 강렬한 힘은 다만 ‘깨끗하고도 무서운 양심’ 하나였다. 그렇게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느끼며 수십만 시민들이 모여 만든 위대한 ‘양심의 혈관’을 함께 이루었던 것이다. 소설은 동호와 함께 상무관에서 일하던 형과 누나들이 겪은 5·18 전후의 삶의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단면들을 드러내 보인다. 살아 있다는 것이 오히려 치욕스러운 고통이 되거나 일상을 회복할 수 없는 무력감에 괴로워하는 이들의 모습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시 수피아여고 3학년 시절에 5·18을 겪은 ‘김은숙’은 ‘전두환 타도’를 외치는 데모로 점철된 대학생활을 포기하고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담당 원고의 검열 문제로 서대문경찰서에 끌려가 ‘일곱대의 뺨’을 맞기도 한다. 봉제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고귀한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조활동을 하다 쫓겨난 ‘임선주’는 이후 양장점에서 일을 하다가 상무관에 합류하게 되고, 경찰에 연행된 후 하혈이 멈추지 않는 끔찍한 고문을 당한다. 상무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대학생 ‘김진수’ 역시 연행된 이후 ‘모나미 볼펜’ 고문, 성기 고문 등을 받으며 끔찍한 수감생활을 했고, 출소 후 트라우마로 고통받다 결국 자살하고 만다. 소설은 이러한 국가의 무자비함을 핍진하게 그려내면서 ‘유전자에 새겨진 듯 동일한 잔인성’으로 과거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는 인간의 잔혹함과 악행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한강은 이 작품을 통해 열다섯살 소년 동호의 죽음을 중심으로 5·18 당시 숨죽이며 고통받았던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하나하나 힘겹게 펼쳐 보이며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그 시대를 증언하는 숙명과도 같은 소명을 다한다. ‘살아남았다’는 것이 오히려 치욕이 되는 사람들이 혼자서 힘겹게 견뎌내야 하는 매일을 되새기며, 그들의 아물지 않는 기억들을 함께 나눈다. 한강 작가는 “무덥고 습했던 여름 끝에 가로수 아래를 걷다가, 잘 마른 깨끗한 홑청 같은 바람이 얼굴과 팔에 감기는 감각에 놀라며 동호를 생각”한다. 따뜻했던 봄날의 오월을 지나 ‘그 여름을 건너가지 못한 동호, 이런 아침을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동호’를 떠올리며 작가는 우리가 ‘날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인간이란 것을’ 되새기고, 인간으로서의 우리가 이들에게 어떠한 대답을 해줄 수 있는가를 간절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리하여 이제는 더이상 억울한 영혼들이 없기를, 상처 입은 영혼들이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나아가 평온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5·18 희생자들의 ‘눈 덮인 무덤들’ 사이에서 못다 핀 소년 동호를 추모하기 위해 작가 한강이 마음을 다해 밝힌 작은 촛불들이 안타까운 세상에 온기를 더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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